처음 설계 업무를 시작했을 때, 선배가 “여기 키 넣어” 하길래 진짜로 열쇠(Key)를 떠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계에서 말하는 ‘키’는 축과 보스(허브)를 연결하여 회전력(토크)을 전달하는 기계요소입니다. 모터 축에 커플링을 끼우거나, 감속기 출력축에 풀리·기어·스프로킷을 고정할 때 — 거의 예외 없이 키가 들어가죠.
“축 지름만 알면 키 사이즈가 정해집니다 — KS B 1311 규격표 하나로 평행키 선정 끝.”
이번 글에서는 평행키의 역할과 종류, 축 지름별 키 폭·높이 선정법, 키홈 가공 치수, 드라이빙키와 세트키의 차이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키(Key)를 사용하는 이유
모터 축이 아무리 빠르게 회전해도, 그 위에 올라간 풀리나 기어가 같이 안 돌아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축의 회전력을 풀리·기어·커플링 같은 보스(Boss, 또는 허브)에 확실하게 전달하려면, 축과 보스 사이에 키(Key)라는 작은 금속 조각을 끼워 넣어서 둘이 함께 회전하도록 잠가줘야 합니다.
원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축에 홈을 파고, 보스에도 홈을 파고, 그 사이에 키를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축이 회전할 때 키가 걸림돌 역할을 해서 보스도 같이 돌아가게 됩니다. 셋팅스크류(Set Screw)만으로 고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달해야 할 토크가 조금만 커져도 스크류가 밀려버리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키 결합이 기본입니다.
키 결합 말고도 스플라인(Spline), 세레이션(Serration), 핀(Pin), 압입(Press Fit)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스플라인은 키보다 전달 토크가 크고 축 방향 이동도 가능해서 자동차 변속기 같은 곳에 쓰입니다. 하지만 가공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산업 기계에서는 키 결합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2. 키의 종류 — 왜 평행키를 가장 많이 쓸까?
기계 설계에서 사용하는 키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면 이렇습니다.
| 종류 | 형태 | 특징 |
|---|---|---|
| 평행키 | 직사각형 단면, 상하면이 평행 | 가장 범용적. 가공·조립이 쉽고 호환성이 좋음 |
| 경사키(테이퍼 키) | 윗면에 1/100 기울기 | 쐐기 효과로 축 방향 고정력이 강하지만 편심 발생 |
| 반달키(우드러프 키) | 반원형 단면 | 테이퍼 축에 사용. 자동 정렬되지만 축 강도 약화 |
| 접선키 | 한 쌍이 접선 방향으로 배치 | 대형 축, 양방향 큰 토크 전달용 |
이 중에서 실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건 평행키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직사각형 막대 모양이라 가공이 간단하고, KS·ISO·DIN 규격이 통일되어 있어서 시중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조립과 분해도 쉽기 때문입니다. 경사키는 편심(축 중심이 어긋나는 현상)이 생길 수 있어서 고속 회전 장비에는 부적합하고, 반달키는 축에 깊은 홈을 파야 해서 축 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키 = 평행키”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3. 평행키 사양 선정 방법
평행키를 선정하는 절차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축 지름(d)만 알면 키의 폭(b)과 높이(h)는 자동으로 정해집니다. KS B 1311 규격표에 축 지름 범위별로 적용해야 하는 키 치수가 이미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1. 선정 순서
- ① 축 지름 확인: 키가 들어갈 위치의 축 지름(d)을 확인합니다.
- ② 키 폭(b) × 높이(h) 결정: 아래 KS B 1311 규격표에서 축 지름에 해당하는 행을 찾으면, 키의 호칭 치수(b×h)가 바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축 지름이 25mm라면 키는 8×7입니다.
- ③ 키 길이(ℓ) 결정: 키의 길이는 보스(허브)의 길이에 맞춰 선정합니다. 보통 보스 길이의 80~90%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단, 규격표 하단에 명시된 표준 길이(6, 8, 10, 12, 14, 16, 18, 20, 22, 25, 28, 32, 36, 40, 45, 50 … 400mm)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 ④ 키홈 가공 치수 확인: 키를 끼우려면 축과 보스에 키홈을 가공해야 합니다. 키홈의 폭과 깊이도 같은 규격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 길이가 짧으면 키 측면에 걸리는 면압(面壓)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면압이 허용치를 넘으면 키가 눌려서 변형되거나 깎여나가면서 축과 보스가 헛도는 사고가 생깁니다. 반대로 너무 길면 조립이 힘들어지고 보스 설계에도 제약이 생기니까, 보스 폭의 80~90%를 기준으로 잡되, 면압 검토를 꼭 해보는 게 좋습니다.
4. 드라이빙키(Driven Key)와 세트키(Set Key)
평행키를 축과 보스에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드라이빙키와 세트키로 나뉩니다. 이 둘의 차이는 “키가 축에 고정되느냐, 보스에 고정되느냐”입니다.
4-1. 드라이빙키 (Driven Key)
키가 축 키홈에 단단히 고정되고, 보스 키홈과는 헐겁게 끼워지는 방식입니다. 규격표에서 축 키홈 폭의 허용차가 P9(정밀급) 또는 N9(보통급)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둘 다 마이너스 공차, 즉 키홈 폭이 키 폭보다 살짝 작게 가공되어야 키가 억지로 들어가면서 꽉 잡히게 됩니다.
반면 보스 키홈 폭의 허용차는 Js9로, 플러스·마이너스 양쪽 모두 허용하는 중간끼워맞춤입니다. 즉 보스 쪽은 키가 비교적 쉽게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준 방식이 바로 이 드라이빙키입니다. 축에 키를 먼저 꽂아놓고, 보스를 축 방향으로 밀어 넣으면 조립 끝입니다.
4-2. 세트키 (Set Key)
드라이빙키와 반대로, 키가 보스 키홈에 단단히 고정되고, 축 키홈과는 헐겁게 끼워지는 방식입니다. 보스에 키를 먼저 끼워 넣고, 축을 보스 안으로 밀어 넣는 식으로 조립합니다.
이 방식은 보스를 축에서 빼낼 때 키가 보스와 함께 빠져나오기 때문에, 축 위에서 보스의 위치를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컨베이어 라인에서 풀리 위치를 조정하거나, 시운전 중에 기어 위치를 미세하게 옮겨야 할 때 쓰입니다.
대부분의 산업 기계에서는 한번 조립하면 보스 위치를 바꿀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별도 지시가 없으면 드라이빙키(축 고정)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도면에 “세트키” 지정이 따로 없으면 드라이빙키라고 보면 됩니다.
5. 보스(허브) 키홈 구조
보스(허브) 쪽 키홈은 브로칭(Broaching) 가공 또는 슬로팅(Slotting) 가공으로 만듭니다. 위 그림에서 b2는 보스 키홈의 폭, t2는 보스 키홈의 깊이입니다.
보스 키홈의 깊이 t2는 키 전체 높이(h)에서 축 키홈 깊이(t1)를 빼고 약간의 클리어런스를 준 값입니다. 이렇게 해야 키의 윗면과 보스 키홈 바닥 사이에 약간의 틈(보통 0.1~0.3mm)이 생겨서, 키의 양 측면으로만 토크가 전달됩니다. 만약 이 틈이 없이 상하면까지 꽉 물리면 조립도 힘들고, 열팽창 시 키가 눌려서 변형될 수 있습니다.
6. KS B 1311 규격표 — 축 지름별 평행키 치수
도면 그릴 때마다 규격집 뒤지기 귀찮으니까, KS B 1311에서 실무에서 자주 쓰는 구간을 통째로 정리해 둡니다. 축 지름만 알면 키 사이즈부터 키홈 가공 치수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위 : mm · KS B 1311 기준)
| 참고 적용 축 지름 d (초과~이하) |
키 호칭 치수 b×h |
b₁, b₂의 기준 치수 |
정밀급 b₁, b₂ 허용차(P9) |
보통급 b₁(축) 허용차(N9) |
b₂(구멍) 허용차(Js9) |
t₁(축)의 기준 치수 |
t₂(구멍)의 기준 치수 |
t₁, t₂의 허용 오차 |
|---|---|---|---|---|---|---|---|---|
| 6~8 | 2×2 | 2 | −0.006 −0.031 |
−0.004 −0.029 |
±0.0125 | 1.2 | 1.0 | +0.1 0 |
| 8~10 | 3×3 | 3 | 1.8 | 1.4 | ||||
| 10~12 | 4×4 | 4 | −0.012 −0.042 |
0 −0.030 |
±0.0150 | 2.5 | 1.8 | |
| 12~17 | 5×5 | 5 | 3.0 | 2.3 | ||||
| 17~22 | 6×6 | 6 | 3.5 | 2.8 | ||||
| 20~25 | (7×7) | 7 | −0.015 −0.051 |
0 −0.036 |
±0.0180 | 4.0 | 3.0 | |
| 22~30 | 8×7 | 8 | 4.0 | 3.3 | +0.1 0 |
|||
| 30~38 | 10×8 | 10 | 5.0 | 3.3 | ||||
| 38~44 | 12×8 | 12 | 5.0 | 3.3 | ||||
| 44~50 | 14×9 | 14 | −0.018 −0.061 |
0 −0.043 |
±0.0215 | 5.5 | 3.8 | |
| 50~55 | (15×10) | 15 | 5.0 | 5.0 | +0.2 0 |
|||
| 50~58 | 16×10 | 16 | 6.0 | 4.3 | ||||
| 58~65 | 18×11 | 18 | 7.0 | 4.4 | ||||
| 65~75 | 20×12 | 20 | −0.022 −0.074 |
0 −0.052 |
±0.0260 | 7.5 | 4.9 | |
| 75~85 | 22×14 | 22 | 9.0 | 5.4 | +0.2 0 |
|||
| 80~90 | (24×16) | 24 | 8.0 | 8.0 | ||||
| 85~90 | 25×14 | 25 | 9.0 | 5.4 | ||||
| 95~110 | 28×16 | 28 | 10.0 | 6.4 | ||||
| 110~130 | 32×18 | 32 | 11.0 | 7.4 |
※ 괄호로 표기된 치수(7×7, 15×10, 24×16)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키 길이(ℓ)의 표준: 6, 8, 10, 12, 14, 16, 18, 20, 22, 25, 28, 32, 36, 40, 45, 50, 56, 63, 70, 80, 90, 100, 110, 125, 140, 160, 180, 200, 220, 250, 280, 320, 360, 400
예를 들어 축 지름이 Ø35mm라면:
- 30~38 구간 → 키 호칭 치수: 10×8 (폭 10mm, 높이 8mm)
- 축 키홈 깊이 t₁ = 5.0mm
- 보스 키홈 깊이 t₂ = 3.3mm
- 키 길이는 보스 폭에 맞춰 표준 길이 중에서 선택
키홈 폭 허용차는 보통급(N9/Js9) 기준으로 적용하면 됩니다. 정밀급(P9)은 고속 회전이나 정밀 위치 결정이 필요한 경우에 쓰는데, 일반 산업 기계에서는 보통급으로 충분합니다.
7. 키홈 가공 시 알아두면 좋은 것들
7-1. 축 키홈 가공 — 엔드밀 vs 밀링커터
축 키홈을 가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엔드밀(End Mill) 가공: 키홈 끝부분이 반원형(R 형상)으로 마무리됩니다. 키 양 끝도 라운드 처리된 형태를 사용해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고, CNC 밀링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 밀링커터(디스크 커터) 가공: 키홈 끝부분이 커터 지름에 따른 원호형으로 빠져나가면서 마무리됩니다. 대량 생산이나 긴 키홈 가공에 유리하고 표면 조도도 좋지만, 키홈 양 끝에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7-2. 보스 키홈 가공 — 브로칭
보스(허브) 내경의 키홈은 대부분 브로칭(Broaching) 가공으로 만듭니다. 브로치라는 톱니 모양의 긴 공구를 구멍에 한 번 통과시키면 키홈이 완성되는 방식이라, 생산성이 매우 높습니다. 소량 생산이면 슬로팅(Slotting) 가공을 쓰기도 합니다.
- 키홈 모서리 R 처리: 키홈 바닥 모서리에 R(라운드)이 들어가면, 키 모서리와 간섭이 생겨서 키가 바닥까지 안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면에 키홈 바닥 모서리의 R 값을 명시하고, 키 모서리는 그에 맞게 모따기(C) 처리를 해야 합니다.
- 키 재질: 일반적으로 키는 S45C(기계구조용 탄소강)로 만들어지며, 사용 조건에 따라 열처리(침탄, 고주파 등)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축보다 키가 먼저 손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안전한 설계 원칙입니다 — 키는 교체가 쉽지만, 축은 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결국 이렇습니다.
- 축과 보스를 연결해서 토크를 전달하려면 → 키(Key)를 사용
- 키 종류 중 가장 범용적이고 실무에서 많이 쓰는 건 → 평행키
- 평행키 사이즈는 축 지름으로 자동 결정 → KS B 1311 규격표 참조
- 키 길이는 보스 폭의 80~90%로 잡되, 표준 길이 중에서 선택
-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 드라이빙키(축 고정) 방식이 기본
키 하나가 뭐 대수냐 싶지만, 이게 빠지거나 마모되면 수백만 원짜리 감속기가 통째로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면 작업하실 때 위 규격표 참고하셔서 정확한 치수로 설계하시면 되겠습니다.